은장도 Vs 너클
최근 며칠 사이 '묻지 마' 흉기 난동, 너클 폭행으로 세계적으로 밤거리가 안전하다는 대한민국 이미지가 엉망이 되었습니다. 평화롭고 여유롭게 살고자 하는데, 이를 방해하는 범죄가 넘쳐나 걱정입니다. 특히 2023년 8월 17일 서울 신림동의 등산로에서 길 가던 여인을 상대로 너클로 성폭행 치사 사건은 충격적인 뉴스였습니다. 거리를 마음 놓고 다닐 수 있을까?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그래서 요즘 생각지도 않게 호신용품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정절'의 상징인 '은장도'와 범죄 도구로 남용되는 '너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은장도와 너클
은장도는 은으로 장식한 작은 칼로, 남녀가 몸에 지니는 노리개 혹은 호신용 칼입니다. 은장도는 의장을 갖출 수 있는 인물 중 왕세손과 왕의 후궁을 제외한 모든 인물이 사용했던 의장물이었습니다. 은장도는 나무로 칼의 형태를 만들고 칼집에 조각을 한 뒤 은과 채색으로 장식해 다채롭습니다. 은장도의 칼날은 날카롭지 않고, 안에는 젓가락이 들어 있기도 합니다. 은 젓가락은 음식을 때 독이 들어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너클은 손가락에 끼우는 금속이나 플라스틱 재질의 반지 형태의 물건으로, 주먹을 치거나 밀어내는 등의 방어 동작을 할 때 손을 보호하고 상대방에게 강한 충격을 줄 수 있는 호신용품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몰이나 야시장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가격도 수천 원에서 만 원대 정도로 저렴합니다. 하지만 너클은 호신용품이라기보다는 공격용 무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너클로 폭행을 당하면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과 살인 예고 글이 퍼지면서 너클 역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니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서는 오히려 휴대를 금지하거나 제한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총기를 금지하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2. 은장도와 너클의 기원
1) 호신용으로 애용된 은장도
은장도를 차는 풍습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신라의 경주황남대총의 금제 허리띠 장식에서도 금 은장도가 달려있고, 무령왕릉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은장도는 고려가 원나라에 복속한 뒤부터 시작되어 조선시대에 이르러 널리 퍼졌습니다. 고려시대에는 왕과 귀족들이 장도를 차고 다녔고, 조선시대에는 유생, 잡직, 서인 등 평민들까지 널리 차고 다녔습니다. 은장도는 사치품으로 간주되어 여러 번 사치금지 규제에 걸렸다고도 합니다. 은장도는 여인들이 정절을 지키기 위해 몸에 지니고 다녔던 호신용 칼이기도 했어요. 임진왜란 당시 전국 최초로 의병을 일으켜 고경명과 함께 싸우다 금산 전투에서 전사(1592)한 유팽로 선생의 부인은 너무도 슬퍼 은장도로 자결해 정절을 지켰다고 합니다(곡성 정렬각). 이렇게 정절과 호신용인 은장도는 조선시대 말기까지 사용되었으나, 일제강점기 이후로 소멸되었습니다.
2) 공격용으로 사용된 '너클'
너클의 역사는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너클이 고대 로마나 그리스에서 격투에 사용되었다고 주장합니다. 19세기에는 미국 남북 전쟁이나 영국의 거리 폭력에서 너클이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0세기에는 미국의 갱단들이 너클을 자주 사용하였으며, 베트남 전쟁에서도 미군이 너클을 휴대하였습니다. 이렇게 호신용인 은장도와 공격용인 너클은 태생부터 달랐습니다.
3. 은장도의 문화적 의미는?
은장도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예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물건입니다. 은장도는 단순한 칼이 아니라, 나무와 은, 채색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장식된 예술품이다. 은장도는 한국인의 정신세계와 삶의 방식을 반영하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은장도는 사치와 화려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절제와 겸손함을 갖춘 것이에요. 은장도는 독립과 자유를 사랑하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해요. 은장도는 외부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몸과 정절을 지키기 위해 사용된 것입니다.
마무리
최근 폭력적 범죄 만연으로 밤거리를 조심해야 한다. 안전한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많이 훼손되었습니다. 각박한 사회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소셜 커뮤니티 등 매체를 통해 모방 범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겠지만, 범죄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총기 범죄를 막기 위해 총기 소지 허용은 더 큰 문제를 초래합니다. 미국 등 총기 소지가 자유스러운 국가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범죄 예방 차원에서 호신용이 아닌 공격 및 범죄 용도로 이용될 수 있는 너클에 대해 휴대 금지 및 판매 제한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